해마다 3만건 이상의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하며 사기나 사기방조 등 혐의로 처벌받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의 경우 보이스피싱 사건이 3만1,81건 발생했으며 이와 관련해 검거된 사람만 해도 3만9,324명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보다 검거된 인원이 더 많은 이유는 1개의 사건 당 연루되는 범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1개의 보이스피싱 범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기획하고 조직하는 일명 ‘총책’과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발송해 속이는 ‘콜센터’,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수거책’ 등 최소한 3~4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주로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특성상 검거된 인원 중 절대 다수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오거나 조직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오는 하부조직원에 불과하다. 실무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건을 조직하고 운영하며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속이는 역할을 할 경우, 이들을 ‘상선’이라고 부르는데 2020년 검거된 보이스피싱 용의자 중 상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전체의 2.1%, 겨우 845명에 그쳤다.
검거 인원의 35.1%는 피해자의 돈을 가져 오거나 특정 장소에서 가로채는 역할을 한 ‘수거책’이었고 54.5%는 본인 또는 법인 명의 계좌를 범죄 조직에 제공한 계좌명의 대여자들이었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자신의 행위가 범죄임을 알지 못하고 가담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치 정상적인 금융업체나 법률사무소인 것처럼 속이고 구인구직 사이트 등을 이용해 하부 조직원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초보자도 가능하고 고액의 일당을 제공한다는 말에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지원하지만 그 순간부터 헤어 나오기 어려운 보이스피싱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처음부터 범죄를 꾸미고 진행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한 부분을 담당해 업무를 수행했다면 이는 사기방조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문제다. 사기방조는 말 그대로 사기죄의 방조범을 의미하는데 사기죄의 법정형인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가능하다. 전체적인 피해 규모나 가담 횟수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처벌이 더욱 무거워질 수도 있다.
법무법인YK 의정부분사무소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이용주 변호사는 “사기방조에 연루된 사람들은 대부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조금이라도 수상한 점이 있었으며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이 가능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조직이 저지른 모든 범죄 혐의가 하부 조직원, 말단 조직원에게 집중되면 처벌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